HRD를 처음 맡았다면 교육부터 설계하는 방법

얼마 전 한 팀장이 교육을 다녀온 직원에게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는데, 서로 선뜻 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의는 유익했지만 업무에서 써볼 기회가 없었던 거다. HRD를 맡으면 교육 일정을 채우는 것보다 이런 간격을 줄이는 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HRD는 Human Resource Development의 약자로, 구성원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돕는 활동이다. 신입사원 교육이나 직무 강의만 뜻하지는 않는다. 선배의 피드백, 새로운 업무를 맡아보는 경험, 팀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처음 담당한다면 필요한 역량을 찾고, 배울 기회를 만들고, 실제 업무에 적용됐는지 확인하는 흐름으로 시작하면 편하다.
교육을 고르기 전에 업무의 어려움부터 찾기
팀에서 “엑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바로 강의를 신청할 필요는 없다. 보고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가 함수 사용법 때문인지, 필요한 자료를 매번 다시 요청해야 해서인지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진다. 후자라면 강의보다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부터 바꾸는 편이 빠르다.
담당자에게는 세 가지를 물어보면 좋다. 어떤 일을 할 때 막히는지, 그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처리하는지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답변이 늦다면 ‘응대 역량 부족’이라고 넓게 적는 대신 ‘환불 조건을 확인하느라 답변이 지연된다’처럼 행동이 보이게 적는다. 그러면 필요한 지원도 분명해진다.
- 업무 장면: 언제, 누구와 일할 때 어려움이 생기는가
- 현재 행동: 구성원이 무엇을 모르거나 하지 못하는가
- 기대 행동: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가
가능하면 팀장 한 명의 의견으로 끝내지 않고 실제 업무를 하는 직원 두세 명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자. 같은 문제라도 현장에서 보는 원인이 다를 수 있다.
한 번에 하나의 행동을 바꾸도록 설계하기
필요한 내용을 찾았다면 교육 목표를 작게 잡는 게 좋다. ‘고객 응대 역량 강화’는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교육 뒤에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모호하다. ‘자주 들어오는 환불 문의에 대해 기준을 확인하고 답변 초안을 작성한다’라면 연습 방법이 떠오른다.
이 목표에 맞춰 60분짜리 시간을 만든다고 해보자. 앞의 10분은 실제 문의 사례를 보고, 다음 20분은 기준을 찾는 방법을 익히고, 나머지 30분은 각자 답변을 써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설명을 길게 듣는 것보다 자신의 업무와 비슷한 사례를 직접 처리해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교육 자료도 모든 규정을 한꺼번에 담기보다 업무 중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짧은 확인표가 쓸모 있다.
형식은 꼭 강의일 필요가 없다.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는 선배와 함께 처리하는 시간이 효과적일 수 있고, 이미 일을 아는 직원에게는 까다로운 사례를 함께 검토하는 모임이 더 맞을 수 있다. 같은 주제라도 대상자의 경험 수준에 따라 배우는 방식은 달라진다.
교육이 끝난 뒤 사용할 자리를 만들기
교육 직후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책상으로 돌아오면 밀린 업무부터 처리하게 된다. 그래서 신청 단계부터 배운 내용을 언제 써볼지 정해두면 좋다. 고객 응대 교육이라면 다음 주 실제 문의 한 건에 새 답변 틀을 적용하고, 팀장이 그 문장을 함께 읽어보는 식이다.
이때 피드백은 ‘잘했어요’보다 구체적일수록 도움이 된다. “조건을 먼저 확인한 점은 좋았고, 고객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한 문장 더 넣자”처럼 말하면 직원이 바로 수정할 수 있다. 실수한 사례를 공개적으로 평가하기보다 함께 고칠 문장을 찾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업무에서 쓸 수 없는 내용을 배웠다면 직원의 의지만 탓할 일은 아니다. 권한이 없거나, 기존 양식이 새 방식을 담지 못하거나, 팀의 처리 기준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 HRD 담당자는 이런 걸림돌을 팀장과 함께 확인해야 교육 시간이 실제 변화로 이어진다.
만족도보다 업무 변화를 확인하기
교육 후 설문에서 ‘만족한다’는 답이 많아도 그 자체로 업무가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작할 때 적어둔 기대 행동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답변 초안을 만들 수 있는지, 기준을 찾는 시간이 줄었는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묻는 일이 줄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숫자가 필요하다면 교육 전후에 비슷한 업무 몇 건을 비교하면 된다. 가령 같은 유형의 문의 10건을 처리할 때 건당 평균 20분이 걸렸고, 교육과 업무 방식 개선 뒤 15분이 걸렸다면 변화의 실마리를 볼 수 있다. 다만 문의 난도나 담당자가 달라졌을 수도 있으니 시간 하나만으로 교육의 성과를 단정하지는 말자. 처리 품질과 직원의 의견도 함께 보는 게 좋다.
처음부터 큰 교육 체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 한 팀의 반복되는 어려움 하나를 골라 원인을 듣고, 작은 연습을 만들고, 다음 업무에서 써본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하면 된다. 저는 HRD가 가장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교육장이 아니라, 누군가 어제보다 수월하게 일을 처리하는 바로 그 자리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