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 제안을 받았다면 확인하는 방법

얼마 전 지인이 회사에서 권고사직 이야기를 들었다며 연락을 해왔어요. 가장 먼저 물은 건 “사직서에 지금 서명해야 하느냐”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제안 앞에서는 퇴직금, 실업급여, 마지막 근무일이 한꺼번에 떠오르죠. 이럴 때는 바로 답하기보다 회사가 제안한 내용을 차례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권고사직은 동의 여부부터 확인하세요
권고사직은 회사가 퇴사를 권유하고 근로자가 받아들여 근로관계를 끝내는 방식입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끝내는 해고와는 다릅니다. 고용노동부도 두 경우를 이렇게 구분하고 있어요. 따라서 제안을 들었다고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팀장이 “다음 달부터 나오지 마세요”라고 통보했는데 본인은 계속 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 서류 제목이 권고사직이어도 실제 경위는 따져봐야 합니다. 반대로 회사가 퇴직 조건을 제안하고 본인이 동의했다면 합의에 따른 퇴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말로 오간 내용이 나중에 다르게 기억될 수 있으니 제안 이유와 퇴직 예정일을 문자나 이메일로 받아 두면 좋습니다.
사직서를 쓰게 된다면 퇴직 사유가 실제 상황과 맞는지 먼저 읽어보세요. 회사 사정으로 퇴사를 권유받았는데 서류에는 ‘개인 사정’이라고 적혀 있다면, 이후 이직 사유를 확인할 때 설명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뜻도 분명하게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퇴직 날짜와 받을 돈은 따로 확인하세요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마지막 근무일, 남은 연차, 미지급 임금, 퇴직급여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달 말까지 근무한다”는 말만으로는 마지막 급여나 연차 처리 방식을 알기 어렵거든요. 인수인계 기간에 실제로 출근하는지도 함께 적어 두면 서로 기대하는 바가 달라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퇴직금은 권고사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안내에 따르면 계속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고, 4주를 평균한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 퇴직급여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 제도라면 계속 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며, 원칙적으로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합니다. 회사의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했다면 지급 방식도 함께 확인하세요.
흔히 말하는 위로금은 퇴직금과 성격이 다릅니다. 권고사직을 수락하면 누구나 정해진 금액을 받는 제도는 아니에요. 회사가 제시한 금액과 지급일, 지급 조건을 확인하고 협의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급여 한 달분을 더 지급한다”는 제안이라면 그 돈이 위로금인지, 남은 기간의 임금인지 문서에 구분해 두는 게 좋습니다.
실업급여는 퇴사 사유만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회사 사정에 따른 권고사직이라면 구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지만, ‘권고사직’이라는 말만 적혀 있으면 자동으로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근로자는 퇴직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 180일 이상인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재취업 활동을 하는지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피보험단위기간은 단순 재직 일수와 달라 유급휴일처럼 보수 지급의 기초가 된 날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퇴사 전에는 회사가 제출할 이직확인서와 고용보험 상실 신고의 이직 사유가 실제 경위와 맞는지 확인해 두세요. 특히 근로자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적힌 경우에는 수급자격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고용센터가 사실관계와 요건을 확인해 내립니다. 퇴사 후에는 고용24에서 구직 신청과 수급자격 신청 절차를 확인하고, 이직확인서가 처리됐는지도 살펴보면 됩니다.
퇴직일 다음 날부터 12개월이 지나면 남은 지급일수가 있어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으니 신청을 오래 미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는 근무한 기간이 넉넉해 보여도 피보험단위기간이 180일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어, 퇴사 전에 자신의 고용보험 가입 내역을 확인하면 예상 밖의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서명을 재촉받는다면 기록을 남겨 두세요
퇴직 제안에 대한 답을 당장 요구받더라도 조건을 읽고 생각할 시간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면담한 날짜, 참석자, 회사가 말한 사유와 조건을 적어 두고 관련 문자나 이메일을 보관하세요. 특히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출근을 막거나 일방적으로 퇴직일을 통보한다면, 실제로 해고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고로 다툴 상황이라면 권고사직과 적용 규칙도 다릅니다. 근로기준법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해고예고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본다면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사직서에 서명한 경위가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용노동부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권고사직 제안을 받으면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래도 동의 여부, 퇴직 사유, 날짜와 지급 조건을 한 번씩 확인하면 이후의 선택이 훨씬 분명해집니다. 며칠의 시간을 들여 기록을 남기는 일이 퇴사 후의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