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작가 입문하는 방법, 책과 글을 편하게 따라가는 순서

얼마 전 서점에서 에세이 코너를 보다가 남궁인이라는 이름이 유독 자주 눈에 들어왔습니다. 의사라고 하면 보통 의학 정보나 건강 칼럼을 떠올리기 쉬운데, 남궁인 작가의 글은 조금 다릅니다. 응급실이라는 긴박한 공간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인데도, 읽다 보면 사람의 마음과 일상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남궁인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거쳤으며, 교보문고 저자 소개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일한 이력도 확인됩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병원 현장 특유의 속도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의 중심은 늘 의학 지식 자체보다 사람에게 가 있습니다.
남궁인 글을 처음 읽는다면 이렇게 시작하기
처음부터 무거운 글을 각오하고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남궁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응급실을 기록하는 의사’이지만, 실제 글맛은 차갑거나 딱딱하지 않습니다. 환자, 보호자, 의료진, 죽음, 운, 후회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해도 문장은 비교적 또렷하고 읽기 쉽습니다.
입문용으로는 많은 독자가 먼저 떠올리는 책이 만약은 없다입니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현장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의 장면을 담은 책으로 알려져 있고, 남궁인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만 소재가 가볍지는 않아서 출퇴근길에 아무 생각 없이 넘기는 책이라기보다는, 조용한 시간에 한 편씩 읽는 쪽이 더 잘 맞습니다.
조금 더 일상적인 결을 원한다면 제법 안온한 날들처럼 산문집 쪽으로 넘어가면 좋습니다. 응급실의 긴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의 온도와 작가 개인의 생각이 더 부드럽게 드러납니다. 책을 고를 때는 “의사 남궁인”을 먼저 볼지, “에세이스트 남궁인”을 먼저 볼지 정하면 실패 확률이 낮아집니다.
대표 키워드는 응급실, 글쓰기, 사람
남궁인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잡히는 키워드는 응급실입니다. 응급실은 하루에도 여러 사건이 겹치는 곳입니다. 한쪽에서는 생사를 다투고, 다른 쪽에서는 긴 기다림에 지친 보호자가 불안해합니다. 의료진은 빠르게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은 때때로 한 사람의 남은 시간을 바꿉니다.
그런데 남궁인의 글이 단순한 현장 기록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장면 뒤에 있는 감정을 오래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는 ‘환자 1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글 안에서는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녀이고, 어떤 날을 버티며 살아온 한 사람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이 차이가 꽤 큽니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글쓰기입니다. 의사가 글을 쓴다는 점 자체도 흥미롭지만, 남궁인의 경우에는 기록이 단순한 취미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바쁜 현장에서 지나쳐 버리기 쉬운 장면을 붙잡고, 그 장면이 왜 오래 남았는지 문장으로 다시 확인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의료 현장이 이렇구나”에서 끝나지 않고 “나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나”까지 생각이 이어집니다.
책을 고를 때 기준 잡는 방법
남궁인 책을 고를 때는 분위기부터 나누면 편합니다. 무게감 있는 현장 기록을 읽고 싶다면 응급의학과 의사의 경험이 전면에 나오는 책을 고르면 됩니다. 죽음, 사고, 긴박한 진료 같은 소재가 중심이어서 독서 후 여운이 꽤 오래 갑니다.
반대로 너무 무거운 독서는 부담스럽다면 에세이 색이 짙은 책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글쓴이의 생활, 감정, 관계가 조금 더 많이 보이는 책은 독자의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실제로 독자 후기를 보면 남궁인의 글을 “슬프지만 과장되지 않았다”, “현실적인데 따뜻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현장감이 궁금한 독자: 응급실 경험을 담은 책부터 읽기
- 문장과 감정이 좋은 독자: 산문집이나 인터뷰를 먼저 접하기
- 의학 교양에 관심 있는 독자: 몸과 질병을 설명하는 최근 저작 살피기
- 짧게 맛보고 싶은 독자: 신문 인터뷰나 북토크 내용을 먼저 읽기
최근에는 몸, 내 안의 우주처럼 의학 교양 쪽으로도 관심을 넓힌 책이 소개됐습니다.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는 우리 몸의 회복력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가 다뤄졌는데, 이런 흐름을 보면 남궁인의 글이 응급실 기록에서 출발해 몸과 삶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남궁인 글이 오래 읽히는 이유
사실 병원 이야기는 자칫하면 너무 극적이거나 너무 전문적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그런데 남궁인의 글은 그 중간을 비교적 잘 지나갑니다. 사건은 강하지만 문장은 흥분하지 않고, 감정은 깊지만 억지로 눈물을 끌어내려 하지 않습니다. 이 균형이 독자에게 신뢰감을 줍니다.
또 그의 글에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시간이 자주 나옵니다. 응급실에서 몇 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호자에게 기다림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의료진에게 반복되는 하루가 어떤 피로를 남기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뉴스에서는 “환자 수”, “병상 수”, “대기 시간”으로 보이는 문제가 책 안에서는 훨씬 구체적인 얼굴을 갖습니다.
그래서 남궁인의 글은 의학에 관심 있는 사람만 읽는 글이 아닙니다. 가족의 병원 생활을 겪어본 사람,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지나온 사람, 직업적 책임감에 자주 눌리는 사람에게도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직업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사람이 자기 일을 오래 견디며 바라보는 태도를 읽는 재미가 큽니다.
읽고 나서 남는 생각들
남궁인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는 사람은 보통 두 갈래인 것 같습니다. 한쪽은 “이 사람이 누구지?”가 궁금한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책을 읽고 난 뒤 더 찾아보는 사람입니다. 어느 쪽이든 접근은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대표작 한 권을 고르고, 그다음 인터뷰나 강연 소개를 보면 작가의 결이 꽤 선명하게 잡힙니다.
개인적으로는 남궁인의 글을 읽을 때 가장 좋았던 지점이 ‘정답을 주려 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삶과 죽음이 가까이 있는 현장을 오래 본 사람이라면 뭔가 단단한 말을 할 것 같은데, 그의 문장은 오히려 조심스럽습니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있고, 그게 글의 힘이 됩니다.
남궁인을 처음 접한다면 너무 큰 각오보다 한 편씩 천천히 읽는 방식이 잘 맞습니다. 어떤 글은 마음에 오래 남고, 어떤 글은 지금의 내 상황과 맞지 않아 잠시 덮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쳤을 때 다른 문장이 보이는 작가들이 있는데, 남궁인은 그쪽에 가까운 이름이라고 느껴집니다.
